예배 이야기

테크닉보다 예배가 우선입니다.

사막여행자 2020. 8. 21. 18:49

2017년에 경북 P시로 오게 되어 지인이 섬기는 교회에서 가끔 반주자들을 도운 적이 있습니다. 그 시기에 저는 '기능인 사역자들이 예배자로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습니다. 그 교회에서 반주자로 섬기는 한 학생이 떠오릅니다. 예대 준비를 하고 있고 음악에 대한 갈망은 있지만, 예배 시간이나 연습할 때나 그 아이는 보이지 않는 폭군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음악적 기교가 뛰어나고 실력과 이론으로 중무장한()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음악에 대한 비중이 커졌기에 전문인들이 많아 지는 것은 교회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예배자가 아닌 '솔리스트'에 가까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연주회인지 예배인지 구분을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음악가로서 나름대로 고집이 있어서 도무지 팀으로 함께 하기엔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맡은 순서가 끝나면 별생각 없이 본당 밖으로 나가 자기 일을 보거나 아예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한 반주자도 그랬습니다. 회중과 찬양인도자가 어떻게 하든 상관 없이 자기가 알고 있는 스타일과 좋아하는 리듬으로만 연주합니다. 다들 당황하고 있는데도 자신은 모르고 있습니다. 연합집회 연습을 하러 갔을 때에는 책임자인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드럼을 치는 멤버를 향해 '내가 메인인데 왜 나한테 맞추지 않냐"라고 뭐라고 했다더군요. 더 화가 난 것은, 집회를 마치고 난 후였습니다. 모두가 정리하는데 자기 짐만 쏙 빼서 나가버렸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선 부활절 계란을 쩝쩝거리며 먹는데 차에 다 흘리고 치우질 않았습니다.  화도 났지만,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쳤습니다 '아, 이 아이가 하나님을 모르는구나... 알더라도 최소한 주님과 아무 관계가 없이 살아왔구나."

 

여러 교회를 다니면서 비단 연주자 뿐 아니라 미디어를 담당하는 이들로 인해 예배의 흐름이 깨어지고 팀 내에 다툼이 일어나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실력이 좋으면 뭐하나요? 가장 기본적인 것을 할 줄 모르고, 팀으로 일한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도 모르는 연주자, 하나님과 인격적 만남이 없는 연주자는 예배를 돕는 자리에 세울 수 없습니다. 그래선 안 됩니다. 예배를 섬긴다는 것은 물론 '보조한다'는 뉘앙스를 품고 있지만, 예배를 드리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내가 연주하고 각종 장비를 다루고 있는 그 순간에도 이것이 예배시간임을 잊어선 안 됩니다. 흐름을 놓치면 모두가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저도 연주에만 집주한 때가 있었습니다. 실수하면 흐름을 끊게 되고, 나의 연주나 기기 조작으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이 흐트러질 수 있기에 기술적 부분을 신경 쓰는 건 당연하죠. 예배 후에 우리가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들어보면 지금 나와 더불어 함께 섬기는 팀이 어떤 것에 더 집중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연주 등에 대해 피드백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금 말하는 것은 피드백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틀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님 앞에 예배하는 것임을 기억하고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요즈음 점차 기능적이고 환경적인 것에 중점적으로 신경을 쓰고, 본질적인 것을 소홀히 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 이 글은 2017년 4월 경 적었던 글로, 다시 단순하고 간략하게 수정/요약하여 올린 것입니다.